DB금융투자증권 이성희
작년 10월에는 최대 9일간의 긴 황금연휴가 있었다. 주변에서는 연초부터 항공편을 예약하며 황금연휴를 준비했다. 하지만 8월까지 아무 준비도 하지 못했던 나는 그저 집에서 긴 휴가를 즐기기로 마음을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인터넷에서 일본보다 더 저렴한 몽골행 비행기 표를 발견하게 되었다. 평소 같았으면 3배는 더 비쌌을 텐데 말이다. 나는 바로 비행기 표를 예매했다. 몽골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관광지가 있는지 중요하지 않았다. 저렴한 비행기 표 값이 내 마음을 사로잡아버렸기 때문이다.


여행? 꼭 준비하고 떠나야 해?

    

▲미아트 몽골 비행기와 울란바토르 징기스칸 국제공항


몽골로 떠나는 날이 다가올수록 내가 몽골에 대해 아는 바가 전혀 없다는 걸 알게 됐다. 아는 것이라곤 고작 칭기스칸이 다였다. 또한, 여행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것은 10월 초 몽골의 날씨는 영하를 웃돈다는 것이었다. 여행하기 힘든 날씨라 황금연휴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표 값이 싼 것이었다.

물론 여행지에 대한 너무 많은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고 나는 생각한다. 여행의 묘미는 생각지 못한 것을 맞닥뜨리면서 경험하는 데 있는 것 아닌가. 모르면 모르는 대로 부딪혀보자는 마음으로 아무 계획도 세우지 않았다. 그저 출발 시각과 도착 시각, 그리고 첫날 묵을 게스트하우스 정도만 정한 상태로 비행기에 올라탔다.


▲칭기스칸 박물관에서 만난 칭기스칸 동상


첫날 묵은 게스트하우스에서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온 사람을 여럿 만날 수 있었다. 한국은 물론, 일본, 대만 등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과 여행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다. 게다가 게스트하우스 직원의 도움으로 현지 여행사 차량과 가이드를 섭외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몽골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10박 11일의 대장정이 시작되었다.



도시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사막 여행

▲아침마다 동물들과 인사하며 하루를 시작했다.


가이드는 영하 5도의 날씨 때문에 조금이라도 따뜻한 남쪽 지방을 여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래서 첫 번째로 떠난 곳이 고비 사막투어였다. 현지 가이드는 사막에서 물과 전기의 소중함을 배울 수 있을 거라 말했다. 예고했듯이 사막 여행은 나에게 전쟁과 같았다. 첫날 숙박한 게르는 수도 시설이 마련되어 있었지만, 영하의 날씨 때문에 수도관이 얼어서 물이 안 나왔다. 물이 나와도 영하의 날씨에 찬물로 씻어야 하니까. 그냥 양치질만 겨우 했다. 그 후 3일 동안 손에 물 한 방울 안 묻힌 날도 있었다. 깔끔했던 첫날 일행들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양치질을 하루에 한 번만 해도 다행이었다.



끝없는 초원이 주는 우울감

몽골의 초원은 끝이 보이지 않았다. 저 멀리 보이는 마을도 차로 20분은 달려야 도착할 수 있었다. 몽골인들이 왜 시력이 좋은지 실감했다. 여행 6일째가 되자 매일 달려도 끝이 안 보이는 지평선 때문인지 여행의 설렘보다는 약간의 우울감마저 밀려왔다.


▲푸르공 위에서 보름달과 함께


고비사막 투어라고 해서 사막만 여행하는 것은 아니었다. 공룡의 뼈와 화석이 발견된 곳, 끝없는 초원, 야생동물들의 천국인 계곡, 몇 백 년 전에는 바닷속이었던 지역 등. 고비사막을 여행하다 보면 느껴지는 자연의 웅장함 속에 난 그저 먼지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래가 들려주는 사막의 음악

    

▲힘들게 오른 사막 언덕과 그곳에서 바라본 석양


고비사막의 하이라이트는 사막언덕이었다. 사막언덕을 가는 아침에는 낙타를 타고 모래 언덕인 옹고르엘스를 갔다. 말이 언덕이지, 산이나 마찬가지였다. 힘들게 낙타를 타고, 발이 푹푹 빠지는 모래를 헤치고 정상에 올라섰다. 정상에 올라서자 내 눈 앞에 장관이 펼쳐졌다. 그 황홀감은 지금도 잊을 수 없다. 경치에 빠져 모래바람을 4시간이나 맞으면서 일몰을 기다렸다.



왜? 몽골이냐고?

    

▲사막, 강 그 어디든 말을 타고 돌아다녔다.


주변에서 왜 몽골에 가냐고 물었을 때 농담 삼아 말 타고 초원을 달리러 간다고 했다. 하지만 정말 말을 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말을 타고 달리고 걷고, 말이 배고프면 풀을 뜯어 먹고…. 평생 해보지 못할 값진 경험이었다.


    

▲처음 본 커다란 독수리와 야크 떼


제일 생각이 많이 나는 곳은 욜링암이라는 독수리 계곡이다. 이곳은 365일 얼어있는 계곡인데, 현재는 지구 온난화로 인해 얼음이 없었다. 독수리 계곡이라는 별명처럼 높은 산꼭대기에서 독수리들이 빙빙 돌면서 우리를 구경했다. 엄청난 크기의 독수리를 가까이 본 것은 처음이었기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가는 길에 야크 떼도 볼 수 있었다. 신기함의 연속이었다.



똥을 훔치는 여자들

    

▲게르에서 생활한 침낭과 동물의 배설물로 지피는 난로


게르에서의 생활도 점차 익숙해졌다. 하지만 추위와의 싸움은 여전히 힘들었다. 난로를 피울 수 있었지만, 땔감이 귀하기에 자기 직전에만 피울 수 있었다. 재미난 건 낙타의 똥, 말의 똥이 땔감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똥이 땔감이 될 수는 있다고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불을 지펴보니 화력이 좋아 따뜻하게 보낼 수 있었다. 몽골 현지 가이드는 함께 똥을 훔치러 가자고 하기도 했다. 게르 주인이 똥을 모아둔 곳을 안다면서 봉지 하나를 들고 나가길래 나도 같이 갔다. 하지만 나는 똥을 훔친 이후로 3일 동안 손을 씻을 수가 없었다. 그저 물 티슈로만 열심히 닦는 게 전부였다.



몽골, 한국에 빠지다

    

▲대학가에서 만난 한국 버스와 한식집


10일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몽골의 수도 울란바토르에 도착하자마자 뜨거운 물로 샤워했다. 정말 살 것 같은 그 기분은 말로 다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여행을 같이했던 일행들은 다 떠나고 나에게는 2일의 여유가 더 있었다. 나는 꼭 몽골에서 몇 년을 살아왔던 사람처럼 느즈막히 일어나 산책하고 동네 카페에 가서 모닝커피를 마셨다. 한국이 몽골의 교역상대국 3위라는 사실을 실감할 수 있었던 것은 ‘서울의 거리’에서였다. 또한, 제일 핫한 대학가 주변에 한국 식당들이 차지하고 있어, 마치 한국에 있는 듯한 안락함까지 느껴졌다.


우연히 떠난 몽골. 그곳에서 뜻하지 않은 만남과 뜻하지 않은 경험은 내게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갖게 했다. 이런 것이 여행의 묘미가 아닐까? 지금도 몽골의 추위와 끝없는 초원 등 모든 것들이 생각난다. 조만간 다시 그곳으로 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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