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 장준우 쉐프
한국 음식의 특징을 논할 때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것이 발효다. 한식의 대명사가 된 김치부터 된장, 간장 등 각종 음식에 사용하는 장류 역시 미생물에 의한 발효를 이용한 식품이다. 하지만 발효가 한식만의 특징이라고는 볼 수 없다. 발효기법은 지역을 막론하고 인류가 고대부터 사용해온 조리법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음식이 쉽게 상하지 않고 오랫동안 보존하면서도 독특한 풍미가 더해지는 발효는 고대 사람들에겐 신비로운 일이었다. 어찌해서 그렇게 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음식이 상하지 않고 오래 두고 먹을 수 있는 것으로 변한다는 것은 이들로선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발효가 인체에 무해한 미생물의 작용이라는 사실이 밝혀진 건 비교적 근래의 일이다.


서양의 대표 발효 음식, 치즈


동양의 발효음식은 김치나 중국의 자차이(짜사이), 일본의 낫토와 같은 식물성 재료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서양에서는 햄과 치즈 등 고기와 유제품을 발효시킨 것들이 주를 이룰 수 있다. 특히 동물의 젖을 응고해 발효시킨 치즈는 우리의 전통 식단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음식이다. 이질적인 음식이 한 문화권에 소개되면 나타나는 반응은 크게 두 가지다. 배척하거나, 열광하거나. 기존 음식에 익숙한 세대에게 치즈는 꼬릿 꼬릿한 맛을 내는 음식일 것이다. 이에 반해 다른 세대에게 치즈는 다른 음식에서 느껴보지 못한 폭발적인 감칠맛을 느끼게 해주는 음식으로 다가온다. 이는 미각의 차이라기보다 얼마나 낯선 음식에 마음이 열려있느냐의 문제다.

흔히 치즈 하면 노란색에 얇은 비닐에 덮여 매끈한 슬라이스 치즈나 한입 베어 물면 길게 늘어나는 피자 치즈를 떠올린다. 안타깝게도 이것들은 전통적인 방식대로 응고 및 발효 숙성을 거친 자연 치즈가 아니다. 치즈 향이 첨가된 유사 치즈인 것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게 향이 첨가된 게맛살 어묵과 같다고 할까. 자연 치즈는 신속한 대량 생산을 위해 각종 첨가물을 이용해 만든 가공 치즈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맛을 낸다. 끝을 가늠하기 힘든 깊은 감칠맛과 복잡 미묘한 풍미는 오로지 자연 치즈에서만 맛볼 수 있다.



인류는 치즈를 언제부터 먹었을까



역사학자들은 기원전 5000~4000년경 중앙아시아와 중동 지역 유목민들에 의해 치즈가 만들어진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중앙아시아의 치즈 제조기술이 유럽에 전파된 후 각지에서 다양한 치즈가 만들어졌다. 그리스·로마 시대에 이르러 치즈 제조 기술이 급격히 발전했다. 오늘날 유럽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전통 치즈의 형태와 제조법은 중세 때 거의 완성됐다. 대부분 단백질과 지방으로 이뤄진 치즈는 칼슘과 인 등 우리 몸에 필요한 영양성분을 두루 갖추고 있다. 보관과 저장에 탁월할 뿐 아니라 음식 맛을 돋우는 감칠맛까지 있어 치즈는 전통적으로 유럽의 식탁에 빠지지 않는 식재료로 통한다.


치즈의 종류를 가르다



치즈는 원유를 생산하는 동물에 따라 맛이 다르기도 하거니와 어떤 걸 먹고 자랐는지에 따라 맛에도 차이가 난다. 우리에겐 우유로 만든 치즈가 익숙하지만 사실 인류 최초의 치즈는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였다는 것이 정설이다. 양젖과 염소젖으로 만든 치즈는 독특한 풍미를 자랑한다. 우유로 만든 치즈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치즈는 단일 동물의 젖을 이용해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스페인의 유명한 블루치즈의 하나 카브랄레즈(Cabrales) 치즈처럼 위스키를 블렌딩 하듯 여러 종류의 젖을 배합해 만들기도 한다.

치즈는 숙성 기간에 따라 맛도 달라진다. 짧게는 2주, 길게는 6주 정도 숙성한 연성 치즈는 질감이 부드럽고 섬세한 맛을 자랑한다. 한 번쯤은 들어봤을 프랑스의 카망베르, 브리 치즈 등이 여기에 속한다. 영국의 체다 치즈, 네덜란드의 고다 치즈는 중간 정도의 단단함을 갖고 있어 반경성인 이 치즈들은 그냥 먹어도 좋지만 요리에 쓰이기도 한다. 이탈리아의 그라노 파다노나 파마산 치즈로 알려진 파르미지아노 레지아노 치즈는 단단한 경성치즈다. 단단할수록 수분이 적어 상할 염려가 적고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경성 치즈는 오래 숙성할수록 감칠맛과 향이 배가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치즈 안에 있는 효소가 단백질과 지방 분자를 더 맛있게 분해하는 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스쿠로>의 모데나스타일 미트볼                                                 ▲ <스쿠로>의 프로볼로네 치즈를 곁들인 라자냐


담백한 맛으로 많은 인기가 많은 리코타 치즈는 치즈계의 서자다. 치즈를 만들고 남은 유청에 산을 넣고 다시 끓여 남은 단백질을 응고시켜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치즈를 만드는 과정에서 생긴 부산물이라 진한 풍미가 없는 대신 가볍고 담백한 맛을 낸다. 리코타가 숙성 과정을 전혀 거치지 않았기에 치즈라 부를 수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이를 굳이 치즈로 칭한다 해서 누군가가 죽거나 피해 보는 것도 아니기에 편의상 치즈로 분류된다.




치즈는 와인과 함께


치즈는 훌륭한 와인의 안주다. 하지만 단 한 가지, 치즈 맛이 강하다면 와인의 맛도 강해야 한다는 걸 기억하자. 맛의 균형이 한쪽으로 치우치면 한쪽 특성은 사라지기 마련이다. 이것이 마리아주, 페어링이라고 부르는 음식과 술 궁합의 기본이다. 와인바 같은 곳에서 여러 가지 치즈가 나오는 모둠 치즈 플레이트는 되도록 권하고 싶지 않다. 특히 푸른곰팡이가 들어있는 고르곤졸라 치즈처럼 강렬한 맛의 치즈는 제아무리 강한 레드 와인이라도 어울리기 쉽지 않다. 치즈 향에 압도되어 와인의 맛과 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공산이 크다. 이런 치즈는 포트나 셰리, 마데이라처럼 풍미가 한층 강화된 주정 강화 와인을 곁들이는 편이 좋다. 이름 그대로 브랜디와 같은 증류주, 주정을 와인에 첨가해 알코올 도수를 높인 주정 강화 와인은 일반적인 레드와인에 비해 오감적 특성이 탁월해 맵고 짜고 단 한국식과도 꽤 잘 어울린다.



[서울에서 유럽 정통 치즈를 만날 수 있는 곳]

치즈 플로

매장에서 직접 치즈를 제조 및 판매하고 있다. 모든 음식에 치즈가 듬뿍 들어 있어, 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이곳에서 만든 치즈는 따로 구매할 수도 있다.

주소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9

대표메뉴 : 질소 가스로 얼린 염소 치즈, 블루 치즈소스 안심스테이크 外

전화번호 : 02-794-7010

동남방앗간

독특한 인테리어로 인해 여성들의 마음을 훔친 와인바다. 다양한 치즈가 구비되어 있어, 와치(와인&치즈) 마니아라면 한 번쯤 들러보길 권한다.

주소 : 서울 마포구 동교로 244-1

대표메뉴 : 치즈, 과일, 살라미, 프로슈토 등이 나오는 플레이트 外

전화번호 : 02-332-1224

스쿠로

이탈리안 요리와 치즈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특히 계절별 신선한 재료를 활용한 신메뉴를 선보이기도 한다.

주소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7길 3

대표메뉴 : 프로볼로네 치즈를 곁들인 라자냐, 모데나스타일 미트볼 外

전화번호 : 02-511-1731

FERMENT B

‘발효’를 테마로 한 와인&다이닝 비스트로다. 시래기를 갈아넣은 크림파스타 등 발효식품을 응용한 창의적인 요리를 선보인다. 브런치나 점심으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메뉴들도 준비되어 있다.

주소 : 서울 강남구 언주로 164길 34-2

대표메뉴 : 리코타치즈 뇨끼샐러드, 볏집훈연한 토종닭 外

전화번호 : 02-540-2211


[온라인으로 치즈 살 수 있는 곳]

치즈마켓 http://www.cheesemarket.co.kr

마켓컬리 http://www.kurly.com/shop/goods/goods_list.php?&category=313004


본문에 소개된 맛집 정보

  

   맛집 정보

     1.   치즈 플로 : 서울 용산구 이태원로49길 19 / 02-794-7010

     2.   동남방앗간 : 서울 마포구 동교로 244-1 / 02-332-1224

     3.   스쿠로 : 서울 강남구 도산대로17길 3 / 02-511-1731

     4.   FERMENT B : 서울 강남구 언주로 164길 34-2 / 02-540-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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