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의 드라마 <치즈 인 더 트랩>이 젊은 시청자들에게 큰 화제를 모았다. 케이블 채널로서는 상당히 높은 7% 수준의 시청률을 기록한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2014년 tvN에서 방영되며 신드롬 수준의 인기를 누렸던 <미생>처럼 성공적인 웹툰 원작 드라마로 기록되었다. 케이블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치즈 인 더 트랩> 이후에도 현재 KBS에서 방영 중인 <동네변호사 조들호>, 5월 25일 방영 예정인 MBC <운빨 로맨스> 등 웹툰 원작 드라마들을 2016년 상반기에만 세 편이나 볼 수 있게 됐다. 하나의 원작이 다양한 미디어에서 재생산되고 유통되는 소위 ‘원 소스 멀티 유즈’ 시장에서, 현재 웹툰은 영상 매체의 가장 큰 사랑을 받고 있다고 해도 무방하다. 비록 드라마 감독은 아니지만 최근 방송 트렌드를 잘 아는 tvN <꽃보다 할배>와 <삼시세끼>의 나영석 PD는 사적인 자리에서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요즘 방송하는 사람들 다 웹툰 보고 있어.” <글 | 위근우 기자, 『웹툰의 시대』 저자>

  

     웹툰(webtoon)이란?

     웹(web) 카툰(cartoon·만화)의 합성어로 ‘인터넷을 매개로 배포하는 만화’를 의미한다. 오늘날 웹툰을 원작으로 드라마·영화·게임 등 2차 

     콘텐츠로 활발하게 만들어지고 있다.




웹툰의 무엇이 원 소스 멀티 유즈의 중요한 ‘원 소스’로 기능하는 것일까. 당장 앞에서 언급한 작품들을 돌아보자. <치즈 인 더 트랩>의 경우 얼굴과 외모 심지어 성격까지 모든 게 완벽해 보이지만, 사람들에 대한 환멸을 웃는 얼굴에 숨긴 남자 주인공 ‘유정’을 내세워 잘생기고 예쁜 캠퍼스 로맨스 대신 ‘로맨스릴러’라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바 있다.



▲ <치즈 인 더 트랩>을 비롯해 <미생>, <송곳>, <동네변호사 조들호>등 웹툰의 참신한 소재를 이용한 드라마가 꾸준히 제작되고 있다.

사진=tvN, 와이트리 컴퍼니 제공


<동네변호사 조들호>는 제목 그대로, 항상 거대한 음모가 뒤얽힌 법정 스릴러와는 달리 평범하고 약한 서민들의 어려움을 법의 힘으로 해결해주는 생활형 법정 드라마를 보여준다. <운빨 로맨스>는 미신에 집착하는 여주인공이 자신의 운을 고치기 위해 이성적인 남성에게 접근하는 코믹한 설정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비록 <치즈 인 더 트랩>이 후반 들어 원작자와의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노출하고 <동네 변호사 조들호>와 <운빨 로맨스>는 원작의 많은 요소를 변형시켰지만, 이들 작품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여전하다. 범박하게 요약해 웹툰은 ‘현재 가장 크리에이티브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크리에이티비티는 웹툰이라는 매체의 탄생 배경과 불가분 관계에 있다. 한국은 90년대 중반부터 종이를 매개로 한 출판 만화 시장이 무너지기 시작했다. 대신 2000년대부터 조금씩 활성화된 웹툰이 몰락한 출판 만화를 대체하기 시작했다. 당시에는 지금 정도의 영향력과 크기가 아니었던 포털 서비스인 ‘다음’과 ‘파란’, 그리고 ‘네이버’가 유저들을 위해 아주 적은 수의 만화를 서비스했지만 웹툰은 금광인지 아닌지 불확실한 신세계였다. 


하지만 오히려 이처럼 성공 사례가 없는 불확실한 시장이 역설적으로 웹툰의 성장을 이끌었다. 검증되지 않았고 심지어 고료 역시 낮은 시장에 뛰어드는 사람들은 잃을 게 없는 젊은 창작자들이었다. 경력과는 상관없는 낮은 문턱 덕분에 신선한 이야기를 가지고 있는 젊은 창작자들이 오직 재밌는 이야기로 승부할 수 있었고, 덕분에 웹툰은 과거 그 어떤 미디어, 심지어 출판 만화보다 더 신선하고 재밌는 이야기들을 선보일 수 있었다.



펜 선을 잘 쓰는 게 기본 중의 기본으로 여겨졌던 출판 만화보다 이야기나 연출의 기발함으로 승부할 수 있는 것도 웹툰의 장점이었다. 지금이야 최고의 스토리텔러로 꼽히고 이미 몇 편의 작품이 영화화되었지만 작가 강풀은 당시 경력과 그림 실력이 일천한 작가였다. 웹툰 1.5세대 정도라 할 만한 조석, 주호민(영화화 예정인 <신과 함께>의 작가), 하일권 등도 출판 경력이 없는, 젊고 가능성만 있는 작가들이었다. 


물론 이러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무기로 삼은 웹툰이 시장에서 성공하지 못했다면, 젊은 창작자들의 쏠림은 일회적 현상으로 끝났을 것이다. 사실 2010년대 초반만 하더라도 웹툰의 성공 여부는 가끔씩 들려오는 영화화 소식으로 확인할 수 있을 뿐이었다. 특히 웹툰의 조회수가 높아도 독자들이 무료로 보는 만큼 수익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기도 했다.


▲ 인터넷 접속이 용이한 스마트 디바이스의 보급화는 웹툰 시장의 변화를 이끌었다.


하지만 국내 포털 선도업체인 네이버에서 기본 고료 정책을 실시하고, 완결 작품에 대한 유료화(작가가 원하는 경우에만) 서비스, 웹툰 하단의 광고 서비스를 만들어내면서 웹툰 작가들의 수익이 안정화되었다. 이후 좀 더 성인 취향의 작품들을 서비스하는 신생 플랫폼인 ‘레진코믹스’가 등장해 기존 포털과는 다른 유료화 정책으로 성공적인 수익 모델을 만들었다. 성인 취향에 집중하는 ‘탑툰’ 등도 한 해 매출 100억 내외를 기록했다. 


이런 웹툰의 수익성은 저작권 강화로 이어졌다. 특히 선도그룹이라 할 네이버의 경우 해외 시장에 진출하면서 불법으로 번역해 공유하던 해외 독자들에게 공유를 멈추길 요청하며, 내부적으로 번역한 공식 버전을 자체 어플리케이션으로 제공했다. 이처럼 수익 모델과 저작권 개념이 구체화되고, 미니멈 개런티가 확보되며, 히트하면 그야말로 대박을 낼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젊고 창의적인 인재들이 웹툰 시장으로 모이며 일종의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빠르게 성장한 웹툰 시장은 그런 면에서 타 분야에도 흥미로운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출판 만화의 유산을 제대로 물려받지 못했던 이 새로운 매체는 오히려 이러한 단절을 통해, 오직 재미로 승부를 보고 인기가 수익으로 연결되는 공정한 시장을 형성했다. 덕분에 창의력 넘치는 인재들이 자발적으로 유입되어 웹툰 시장은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물론 최근 들어 주요 독자층인 십대 취향으로의 쏠림 현상이 웹툰의 강점인 콘텐츠 다양성을 해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있다. 하지만 청각장애인의 일상을 담백하게 다룬 <나는 귀머거리다>, 호랑이를 주인공으로 한 한국형 판타지 <호랑이 형님> 같은 신인 작가의 신선한 작품을 만날 수 있는 건 여전히 웹툰이 지닌 매력이다. 이것은 웹툰 원작 드라마가 많아진다는 외형적인 성과보다도 더 긍정적인 신호다. 이 시장이 현재보단 미래를 향해 열려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인기 웹툰 살펴보기


  ■ 네이버 웹툰

  - 마음의 소리: 중화권 팬들까지 다수 거느려 ‘한류 웹툰작가’로 불리는 조석 작가의 대표작. 이른바 ‘병맛코드’를 꿰뚫는 일상 속 개그 만화를 선보

    인다. 최근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된 데 이어 올해 시트콤 형식의 웹드라마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 외모지상주의: 지난 2014년 11월 연재를 시작한 박태준 작가의 인기 웹툰. 20대가 가장 사랑하는 웹툰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못생긴 외모 때문

    에 왕따를 당하던 주인공이 갑자기 미남으로 바뀐 후 달라진 세상의 시선을 느끼게 된다는 줄거리다. 이 웹툰 또한 모바일 게임으로 출시될 예정

    이다.

  - 조선왕조실톡: 무적핑크 작가의 조선왕조실톡은 조선왕조실록의 내용을 카톡 대화 형식으로 재해석한 웹툰이다. 역사 속 인물들이 메신저 상에

    서 말하는 듯한 구성으로 젊은 층에게 인기를 얻었다. 형식은 특이하지만, 왜곡 없이 역사를 있는 그대로 말해주기 때문에 재미있게 역사를 공부

    할 수 있다. 


  ■ 레진코믹스

  - 우리사이느은: 대학생들의 러브스토리를 다룬 레진코믹스의 인기 웹툰. 네이버에 ‘치즈인더트랩’이 있다면 레진코믹스에는 ‘우리사이느은’이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대학생활 중 한 번쯤 겪어봤을 법한 상황과 감정을 다뤄 2030의 폭넓은 공감을 얻고 있다.

  - 월한강천록: 네이버 ‘베스트 도전 만화’를 통해 소개되었다가 레진코믹스로 옮겨 정식 연재를 시작한 무협 장르 웹툰이다. 고수들이 즐비한 무림

    을 배경으로 무당파의 소월이 펼치는 모험담을 그리고 있다. 기존 무협툰에 비해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이 인상적이다. 


  ■ 올레마켓 웹툰

  - 냄새를 보는 소녀: 사고로 부모님을 잃은 뒤 오른쪽 눈으로 냄새를 볼 수 있게 된 소녀 윤새아를 주인공으로 여러 사건을 해결해나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지난해 SBS에서 신세경, 박유천 주연의 드라마로 제작·방영되어 인기를 모으기도 했다.

  - 수상한 그녀의 밥상: 지난해 방송가는 온통 ‘쿡방’으로 들썩였다. 그만큼 요리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졌다. 웹툰에서 또한 마찬가지다. ‘수

    상한 그녀의 밥상’은 어느 동주민센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음식과 요리, 러브스토리를 잘 자려진 밥상처럼 잘 담아냈다. 


  ■ 카카오페이지 웹툰

  - 신수의 주인: 자신의 의도와 다르게 드래곤과 결혼하게 된 여성 카이를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같은 작가들이 코미코에서 연재 중인 ‘신룡의 주

    인’과 세계관을 함께하고 있다.

  - 미스 염라 윤시영: 빨간호박, 강한우 작가가 각각 글, 그림을 맡은 판타지 로맨스 웹툰. 여성 최초로 저승의 염라대왕 후보에 오른 윤시영과 그의 

    교육을 맡은 저승사자 을산이 겪게 되는 사건들을 재치 있게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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