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가상화폐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최근 5년 사이 전 세계에서 개발된 가상화폐는 700여 종이나 된다. 가상화폐는 온라인상에서 외환처럼 사고팔 수 있는 것은 기본, 송금이나 상품 매매에 사용되고 있다. 이들은 특히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인 블록체인(P2P 네트워크를 이용한 보안기술)을 기반으로 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는다. ‘실물이 없는’ 새로운 전자화폐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비트코인이 금값과 비교되며 새로운 투자처로 관심을 얻고 있다. 지난 5월 25일에는 1 비트코인 당 가격이 400만 원을 넘어서며 국내 주요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연일 가상화폐 관련 뉴스를 보도했고, 소셜 네트워크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가 생기기도 했다.


얼마 전 세계를 뒤흔든 워너크라이(WannaCry) 랜섬웨어가 발생하자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비트코인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들의 시세가 가파르게 상승하면서 너도나도 이를 통해 단기간 고수익을 얻겠다며 공격적인 투자도 서슴지 않는다. 그런 모습에 일부 사람들은 가상화폐 투자가 ‘투기’에 가깝다는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특히 언젠가부터 가상화폐가 단순히 투자의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상황이다. 그 때문에 가상화폐의 기술적 가치가 주목받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사실 가상화폐와 그 기반인 블록체인은 우리의 금융 패러다임을 바꿔 줄 혁신적인 발명품이다. 금융권 내에서 다양한 목적과 방법으로 활용될 수 있는, 그야말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기술이다. 현재 전 세계에서 개발된 가상화폐만 700여 종이 넘는다. 우리가 자주 들어 익숙한 비트코인, 이더리움부터 리플, 라이트코인, 대쉬 등 수 많은 가상화폐가 국내 거래소 코인원을 비롯한 전 세계 거래소를 통해 거래되고 있다.


가상화폐는 저마다의 기술적 특징을 갖고 있다. 과거 싸이월드를 통해 일촌 맺기에 열을 올렸던 세대는 ‘가상화폐’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이 있을 것이다. 바로 ‘도토리’이다. 당시 싸이월드는 이용자의 미니홈피, 메인화면, 미니미 등을 꾸밀 수 있는 도토리라는 사이버머니를 만들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그렇다면 이런 사이버머니와 가상화폐는 같은 개념일까? 그렇지 않다. 가상화폐는 싸이월드 도토리처럼 발행 주체가 정해져 있고 자체 서비스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사이버머니와는 성격이 다르다.


블록체인 기술 자체는 개발자에 의해 개발된다. 비트코인을 개발한 나카모토 사토시, 이더리움을 개발한 비탈릭 부테린처럼 특정 인물이 개발한 가상화폐는 불특정한 다수에 의해 추가적으로 발행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발행되는 방식은 컴퓨터 암호를 풀어내는 것이며, 이를 가리켜 가상화폐를 ‘채굴(Mining)’한다고 말한다. 즉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같은 가상화폐는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화폐처럼 중앙은행의 통제를 받지 않는다.



먼저 비트코인은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다. 블록체인은 P2P(Peer-to-Peer) 기반의 기술이다. 비트코인 신규 구매자는 P2P 네트워크에 접속해 공용 거래 장부를 받는다. 다른 사용자의 거래가 생기면 내가 받은 거래장부는 함께 업데이트된다.


예를 들어 보자. 해커가 누군가의 은행 거래 기록을 해킹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은행 중앙 서버에 침투해 두 당사자 간의 정보를 위조하면 된다. 하지만 P2P 기반의 블록체인의 경우 그 정보가 다수에게 흩어져 있어 모든 기록을 변조해야 하는데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러한 점 때문에 블록체인이 금융혁명을 가능케 할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참고로 블록체인 네트워크는 지금까지 한 차례도 해킹 피해가 발생한 적이 없다.



반면 이더리움은 기존 비트코인 블록체인에 ‘스마트 컨트랙트(Smart Contract)’라는 전자계약 기능을 추가한 확장형 블록체인이다. 스마트 컨트랙트를 직역하면 ‘똑똑한 계약’을 뜻한다. 이용자가 원하는 계약을 전자화하여 기록한 후 위·변조가 불가능한 블록체인을 이용해 계약의 이행을 보장하는 것이다. 그 활용 가능성은 보험을 비롯한 신탁, 채권, 은행 업무 등 무궁무진하다. 즉, 이더리움 블록체인은 비트코인의 송금 부분을 프로그래밍이 가능하도록 확장했다고 보면 된다.


보통 계약이라 함은 거래 당사자가 거래 조건에 대해 합의할 때 계약서의 서명을 통해 성립된다. 하지만 계약서를 작성한 뒤에도 상대가 계약을 이행하지 않을 가능성은 존재한다. 그리고 이런 식의 문제가 발생하면 법적 분쟁 또는 소송 등의 복잡한 절차를 통해 해결하게 된다. 하지만 스마트 컨트랙트를 활용하면 이러한 문제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



보험을 예로 들어보자. 스마트 컨트랙트를 이용하면 보험 자동화가 가능하다. 계약 내용 자체를 블록체인에 기록하는 식으로 활용할 수 있다. A씨가 ‘길을 걷다 차에 부딪히면 보험사는 보험금을 지급한다’라는 보험 계약을 들었다. 이 조건을 이더리움 블록체인 기반으로 계약서를 만들어 작성하면, 보험사는 ‘A씨가 교통사고를 당했다’라는 조건이 충족될 경우 자동으로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한다. 미리 정해진 조건이 성립되면 자동으로 계약이 이행되는 식이다.


가상화폐에 대해 조금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리플(XRP)에 대해 들어봤을 것이다.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마찬가지로 리플도 자체적인 기술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해외송금이다. 리플은 해외송금에 특화된 가상화폐로 환전 시 자체적으로 최적의 환율을 찾아준다.


예를 들어 해외송금 시 원화를 달러로 바꿀 경우 원/달러 환율을 바로 적용하지 않고 원화를 엔화로 바꾼 다음, 엔화를 달러로 바꾸는 것이 가치 면에서 유리하다면 자동으로 환전이 적용되고 송금 거래가 이뤄진다. 즉, 최대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알고리즘을 거쳐 최적의 송금이 진행되는 것이다.


이러한 특징으로 현재 리플 네트워크에는 총 75개 금융기관이 참여 중이다. 특히, 올해 3월 전 세계에서 3번째로 큰 은행인 미츠비시 도쿄 UFJ은행(MUFG)을 포함한 일본의 47개 은행과 파트너십을 체결하기도 했다. 리플의 가치를 금융권에서는 이미 인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들어 “비트코인에 지금 투자해도 괜찮을까요?”, “리플 지금 사도 괜찮나요?” 같은 질문을 참 많이 받는다. 올바른 예시일지 모르겠지만 주식거래를 하고자 한다면, 그 기업이 얼마나 안정적인지, 미래 비전이 있는지는 물론 관련 업계에 대한 부분까지 세심히 분석한 후 투자를 할 것이다. 가상화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 가상화폐 투자에 대해 물어본다면, 그 화폐에 대한 기술적 가치가 향후 우리 생활에서 어떤 혁신을 불러올 수 있을지, 정말 이 기술이 4차 산업혁명을 이끌만한 발명품인지를 공부한 후 이 기술에 대한 미래와 확신이 보였을 때 투자하라고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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